요새 나의 삶을 기록해보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내 기억의 단편들을 기록하고 있다. 9살, 처음으로 짝사랑 해본 기억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기록해놓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충분한 양이 되면 글로 옮겨볼 요량으로.. 헌데 아빠나 엄마가 할 것 같았던 짓(?)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2009년이면 내가 몇살이지…’ 라며 종이에 계산을 하는.. 바로 그런짓 말이다. 평생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지금도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단지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비슷해져 간다는 것을 새삼 느꼈을 뿐이라고 할까.. 청소년과 성인, 아이와 어른 등 세대를 나누는 언어는 많이 있지만 기준이 뚜렷한 것은 아니다. 항상 문턱즈음에 있다고 생각했을 때 뒤돌아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인생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이고 특별한데 왜 사람들은 나의 인생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내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이나 소설가 등 유명인이었다면 아마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삶의 파편들 속에서도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하려고 애쓰지 않을까? 누구나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함깨 살아가지만 누구의 인생은 주목받고 누구의 인생은 주목받지 못한다. 나는 그것이 순전히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다 못해 지금 이 개시판에 적어놓는 나의 짧은 생각들 조차도 훗날 내가 무진장 슈퍼파워 유명해지면 분명히 책으로 나오거나 회자 될 것이다. 내가 썼던 시나리오나 글들, 영상들을 저평가하던 사람들마저 자신들이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살면서 그런 사례들을 ..
라는 다큐를 보고 다시 한 번 내 삶을 돌아본다. 전 세계 11억명의 사람이 절대빈곤에 허덕인다고 하는데, 새삼 많은 숫자임에 놀랐다. 전세계 인구의 6명 중 1명이 절대빈곤 상태에 있다는 것인데, 부유한 이 땅에 사는 우리는 그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우리가 너무 쉽게 마시는 물을 그들은 흙탕물을 받아다가 침전물을 거둬내고 식수로 사용한다. 이 다큐에 나오는 치노란 12살 아이는 가난하여 학교에서 사용하는 책을 살 수도 없다. 20살의 로자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하여 공부조차 해보지 못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치노는 늘 웃고 있고, 로자는 궁핍한 삶 속에서 실오라기 같은 꿈 한 자락을 잡고 놓지 않는다. 나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살고 있으면서 무슨 삶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일까..
특별히 할 것도 없는 컴퓨터 속을 이리저리 방황하다, 이제는 이름조차 희미해져가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다, 언제 샀는지도 모르고, 언제 펴 보게 될지는 더더욱 모르겠는 책의 제목들을 이리저리 보다, 먼지도 눈치를 보며 내려 앉을 것 같은 내 방의 적막함에 음악이라는 가장 친한 친구가 들어오면, 조용히 옛 대화를 나누곤 한다. 아아, 나는 어찌 이리도 외로이 표류하고 있는가. 음악이여, 너 기억나니? 예전 우리 즐거웠던 날들을. 그랬던 네가 지금은 왜 이리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내 마음이 너를 그렇게 만들었구나. (2016년 1월 27일 글)
이력서를 넣는 곳마다 서류 탈락 흔히들 말하는 스펙이란 것이 별볼 일 없어서 그런 것일까 그들은 공들여 쓴 나의 자기소개서를 읽어보기는 하였을까 그랬다면 내 마음 우울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 마음 우울해 지는 것은 그것을 알 길 없다는 연유다. 집에 오는 길에 교회 전단지를 받았다. 구석 구석에 적힌 성경 구절부터 광고 배경 다자인까지 꼼꼼하게 훑어 보았다. 내가 이 교회를 가진 않더라도 만든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공들여 쓴 나의 이력서들은 누군가에게 읽히기는 했을까. 나의 마음을 알았다면 면접은 보게 해 주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수백일 것이다. 난 그냥 그들 중 하나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특별 할 것 없다. 내 인생은 나에게나 특별한 것이..
아주 오래 전이라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불과 몇년 전이다. 페이스북의 사진들을 들추다가 보게 되는 기억들.. '한 10년은 된 기억 같은데..' 생각해보면 지난 몇년간 딱히 한 것도 없이 흘러왔지만 이상하게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흐른 것만 같다. 그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나 외의 다른 것들은 대단히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다들 뭔가 순방향으로 착착 돌아가고 있는데 나만 가만히 있는 것 같았던 시간들.. 사람들에게도 잊혀지고, 모든 것들에게 잊혀져가고 있다. 나에게만 기억 될 뿐이다. 어떨 때는 나에게 마저 잊혀진다. (2015년 10월 25일 글)
집에서 하릴없이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듯 나는 늘 지하철에 앉아서 맞은 편의 창을 바라본다. 별 생각이란 없다. 그저 본다. 사람들이 주욱 앉아있는 의자 바로 위의 큰 화면을 볼 때도 있고, 출입문에 작은 화면을 볼 때도 있다. 때때로 책을 읽기도 하지만 역시 난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 그런지 화면을 보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지하철 창에서는 어느 때는 낮의 장면들이, 어느 때는 밤의 장면들이, 어느 때는 비가 오는 장면들이, 또 어느 때는 눈이 오는 장면들이 지나간다. 얼핏 보면 매번 같은 장면들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같은 장면은 한 번도 없다. 게다가 약 2분에 한번씩 인터미션도 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맞은 편의 관객들이 이미 많이 바뀌어 있기도 하다. 나와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나..
2005년의 어느날이었다.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고, 나의 마음은 온통 집에 있는 아롱이에게 가 있었다. 출산이 임박하여 곧 나올 새끼들을 생각하니 너무 들떠 공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강아지는 처음 세상에 나올 때 냄새 맡는 사람을 평생 주인으로 여긴다기에 그 사람이 내가 되고 싶어서 야자가 끝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집으로 달려간 나는 이미 태어난 세 마리의 아이들을 보며 행복했다. 그 중 한 마리는 결국 죽어버렸고, 나머지 한 마리는 지인에게.. 그리고 그 중 가장 귀엽게 생긴 한 마리는 우리가 키우게 되었고 그 아이가 삐삐다. 손바닥 반도 안되는 작은 강아지를 손에 쥐고 있으면 너무 벅차올랐다. 그랬던 삐삐가 오늘 새벽 2시.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그동안 앓아오던 지병으로 고생하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