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설 책 하나를 사러 우리동네에서 가장 큰 서점에 갔는데 재고가 없었다. 그래서 근처에 또 다른 대형 서점에 갔더니 그 곳 또한 그 책의 재고가 없다. 동네에 가장 큰 서점 두 곳에 책 재고가 없으니 할 수 없다 생각하고 인터넷 주문을 하기로 마음먹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걸어가는데 집 근처에 다달아서 평소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리 신경쓰지 않았던 영세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에이 설마.. 하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왠지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들어갔다. 서점은 나름 평수는 있는 아주 작은 서점은 아니었지만 책꽂이 군데 군데가 텅텅 비어 있는... 누가 봐도 그리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 애들 문제집이나 있을 법한.. 그런 분위기의 서점이었다. 물론 안에는 손님이 한명도 ..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집에 오는 길 코너에 파리바게트가 있다. 수년간 그 자리에 있었지만 한 번도 사먹은 적은 없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출출하거나 하면 빵을 몇 개 사갈까 여러번 생각은 했었지만, 여름에 시원한 팥빙수 광고 사진을 보며 하나 사먹을까 생각은 했었지만, 이상하게 몇년동안 단 한 번도 사먹어 본 적이 없는 정류장 모퉁이의 파리바게트.. 오늘 집에 오는데 그 파리바게트가 철거중이었다. 가지런히 빵이 놓여있던 선반은 온데간데 없고 내부는 작업복을 입은 인부들만이 폐허가 된 공간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항상 그 곳에 있을 것만 같았던 것이 사라졌다. 한번도 이용해보지 않았지만.. 이 허한 마음 왜일까. 그냥 나에게 파리바게트는 그 곳에 있는 것이었다. 그 곳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내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그냥 아무도 보고싶지 않았던 그 때.. 좁은 방안 커튼을 모두 치고, 불을 끄고..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시간이 흐르는 기운만 느끼며 하루하루 보내던 시절 어두운 내방 침대에 누워 게리 무어 버전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을 무한반복으로 틀어놓고 몇 시간동안 천정만 바라보고 누워있거나.. 뭐 혹은 엎드려서.. 그냥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내 안에 무엇이 그렇게 그 음악을 틀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루종일 누워서 자다 깨고 자다 깨고를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그 시절 뒤로는 거의 그 음악을 듣지 않았었는데.. 오늘.. 뭐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상태의 이유로.. 이상하게 그 음악이 자꾸 생각이..
5월의 마지막날 아침.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고 버스시간 기다리면서 CCR의 Have you ever seen the rain을 듣다가.. 뭐 그러다가 시간되서 나갔다. 밖의 날씨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환상적인 햇빛과 적당한 온도. 기분이 좋아서 방금 듣다 나온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현관을 나섰다. 하아~ 워너노우~ 해뷰 에버 씬 더뤠인~~~ 커밍다운 온 써니데이~ 하면서 나오는데.. 현관에서 나오자마자 몇걸음이나 걸었을까.. 이마에 뭐가 탁.. 순간 새똥인줄 알고 식겁해서 올려다 봤는데 아무것도 없길래.. 그냥 다시 걸으려는데.. 회색 아스팔트에 툭툭툭 점들이 찍히더니.. 툭툭툭툭 투두둗두둑.. 이내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정말 시리도록 화창한 날씨에!! 순간 소름이 쫙 돋으면서.. 주위를 둘러..
아침까지만 해도 기분이 상당히 괜찮았다가 날이 어둑어둑해 지면서 갑자기 기분이 쓸쓸해져 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외로움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이리 생각해 보고, 저리 생각해 보아도 정의를 내릴 수 없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더니..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이라고 나온다. 홀로 되면 쓸쓸한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러므로 정확한 정의는 아닐 것이리.. '사랑'을 검색해 보았다. 4가지의 정의가 나온다. 외로움이란 사랑과 맞닿아 있는것인데.. 사랑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고 외로움은 단 한가지 해석밖에 없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세상 모든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은 외로움 속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래서 내가 지금 영화 하나 찍으면 엄청난 게 하나 나올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막 드는..
우리들의 만남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봐요. 우린 모두 기적같은 확률로 이 세상에서 태어났지요. 그것도 모자라 같은 동시대에 태어났어요. 게다가 이 넓은 지구에서 두 사람이 평생 한번 스쳐지날 확률도 희박한 것인데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어쩌면 우리는 수 생에 걸쳐 서로를 만나기를 간절히 소원하여 드디어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봐요. 그런 인연을 모르고 지나쳐 버린다면.. 우리가 다시 만나기 까지는 수백, 수천년이 더 걸릴지도 몰라요. (2013년 5월 17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