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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Music

The Sad Cafe

SHOWAGROOVE 2016. 2. 29. 16:57

2016년 1월에는 큰 별 두개가 졌다. 데이빗 보위(David Bowie)와 이글스(Eagles)의 맴버인 글렌 프레이(Glenn Frey)다. 이제 더 이상 완전체로서 이글스의 무대를 볼 수 없게 되었으니 씁쓸하다. 이글스는 워낙 유명한 밴드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시겠지만 혹여 이글스는 모르더라도 <Hotel California>는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좌로부터) 돈 헨리, 조 월쉬, 랜디 마이즈너, 글렌 프레이, 돈 펠더


그런데 오늘 소개 할 음악은 <Hotel California>가 아닌 <The Sad Cafe>이다. 그들의 히트곡들은 매우 많지만 국내 팬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을 꼽으라면 역시 <Hotel California>와 <Desperado>정도 될 수 있겠는데 오늘 소개할 <The Sad Cafe>는 곡이 포함된 1979년 앨범 The Long Run 은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지만 곡 자체는 차트에 진입하지 못하며 흥행에 성공한 곡은 아니다. 국내 젊은이들에겐 2005년 나얼의 솔로 1집 Back To The Soul Flight 에 다이나믹 듀오가 피쳐링 한 리메이크 버젼인 <Sade Cafe>를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곡을 소개하게 된 이유는 이 음악의 주제가 되는 '슬픈 카페'가 현존하는 카페임을 알려드리기 위함이다. 이 곡에 등장하는 카페는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너무 유명한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대로(Santa Monica Boulevard)에 위치한 라이브 클럽 트로바도르(Troubadour)[각주:1]이다. 밴드를 결성한 주축인 글렌 프레이(Glenn Frey)와 돈 헨리(Don Henley)가 바로 이곳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다.


▲트로바도르 홈페이지 발췌


트로바도르는 정말 대단한 곳이다. 60년대와 70년대에 지금은 이미 대 스타가 되어있지만 당시에는 자라나는 새싹과 같은 뮤지션들이 거쳐갔던 일종의 등용문 같은 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57년에 문을 연 이 클럽은 이글스 뿐만 아니라 엘튼존(Elton John)과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 조니 미첼(Joni Mitchell),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빌리 조엘(Billy Joel), 탐 웨이츠(Tom Waits)등 장르 불문하고 수 많은 뮤지션들이 이 카페를 거쳐갔으며 지금도 여러 뮤지션들이 꾸준히 공연을 하고 있다. 나중에 LA 갈 일 있으면 다른덴 몰라도 이곳은 반드시 가봐야 할 것 같다.

 

글렌 프레이와 돈 헨리는 곡을 함께 작업 하면서 마침내 이글스의 초기 멤버인 버니 리든(Bernie Leadon)과 랜디 마이스너(Randy Meisner)를 규합해 당시 그 클럽 출신으로 데뷔한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t)의 백 밴드를 결성한다. 그 밴드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이글스의 전신이다.[각주:2] 세월이 흘러 이글스는 세계적인 스타 밴드가 되었고 다섯 장의 앨범을 내는 족족 큰 히트를 치며 많은 돈을 벌었지만 1980년대 초 공식 해체를 선언한다. 멤버간 갈등[각주:3]이 심해져 갈 무렵 여섯 번째 앨범이자 그들의 1994년 컴백 앨범 Hell Freezes Over 전의 마지막 앨범인 The Long Run 을 발표한다. 바로 그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이 곡은 트로바도르에서의 지난 날들을 회상하는 곡으로서 가사가 아주 애틋하고 시적이며 아름답다. 이 곡의 가사는 전체적으로 그 시절의 그리움과 함께, 그 곳에서 같이 음악을 하던 어떤 친구는 스타가 되고 어떤 친구는 사라져 가야 했던 것에 대한 씁쓸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꼭 가사를 찾아보길 권하고 짧게 한 구절만 보고 가자. 


Out in the shiny night

the rain was softly falling

The tracks that ran down the boulevard

had all been washed away

 

Out of the silver light

the past came softly calling

And I remembered the times we spent

Inside the sad cafe..


의역하자면 '눈부신 밤거리에 비가 부드럽게 오는구나. (클럽이 위치한) 산타모니카 대로를 따라 나 있던 우리의 발자취들은 모두 씻겨 내려갔구나. 은빛 조명 밖으로 우리의 과거를 추억하게 되는구나. 나는 이 슬픈 카페에서 우리가 함께 한 나날들을 추억한다.' 정도 되겠다. 가사를 통해 유추해 보자면 그 옛날 스타가 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 이를테면 돈이라던지 명예 따위의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관객과 하나 되어서 트로바도르 클럽에서 함께 공연하던 시절을 그리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he Long Run 앨범 재킷

 

이런 역사적인 클럽이 여태 그 자리에서 꾸준히 영업을 하고 있다는건 정말 다행이다. 무려 60년을 그 자리에서 명맥을 지켜오고 있고 현재까지도 대형 스타들이 꾸준히 공연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신인 뮤지션들이 이 클럽을 통해서 데뷔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모습은 무척 부럽다. 이런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이웃나라 일본도 참 잘하는 것 중 하나다. 우리나라였으면 재개발이니 뭐니 하면서 없어져도 벌써 없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 대중음악의 60년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이 카페에 언젠가 꼭 한번 가보는 날이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1. 트로바도르는 고 중세시대에 음유시인을 칭하는 말. [본문으로]
  2. 후에 맴버교체가 조금 있는데 나중에 이글스에 대해 자세히 다룰 일이 있으면 소개하도록 하겠다. [본문으로]
  3. 주로 밴드의 결성맴버이자 핵심 맴버였던 글렌 프레이와 돈 헨리의 음악적 견해로 인한 갈등이 컷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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