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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가는 길 모퉁이에 붕어빵 가게가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러 갈 때마다 붕어빵 가게를 지나가는데 항상 아주머니가 붕어빵을 팔고 계신다. 요새는 날이 따뜻해졌지만 겨울에는 옷을 몇겹씩 껴입으시고 계신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왠지 기분이 울적해진다. 그것은 아마 내가 속으로 그 아주머니를 동정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럴때면 스스로가 미워지기도 한다. 내가 뭔데 남의 삶을 판단하는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사지도 않을거면서 눈을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힐끗 보면서 지나가곤 하는데, 밤에 집에 갈 즈음에는 이미 문을 닫고 안 계신다. 오늘은 집에 갈 때 아주머니가 장사를 정리하고 계셨다. 뭔가 짐 같은 것들을 오토바이의 짐 칸에 옮기고 계셨는데 오토바이를 보니 우유배달 오토바이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오토바이 뒤에 짐칸에 우유회사의 로고가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아주머니가 아침에는 우유를 배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새벽같이 일어나 우유를 배달하고, 집에서 변변치 않은 아침을 해결하고 붕어빵 가게를 여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그려봤다. 아주머니는 무엇 때문에 저렇게 열심히 사실까도 생각해 보았다. 자식들의 학비 때문일 수도 있고, 아픈 남편의 병원비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주머니를 불쌍히 여기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한 없이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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